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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꺼리]' 많은 잡지를 발견했다. 아버지가 입원해 계시던 경희의료원 안과병동에서였다. 가져간 책 두 권을 새벽 세 시쯤 독파해 버리고 나니 영 할 일이 없었다. (아무 짓도 안 하고 책만 읽으면 권당 세 시간쯤 걸린다는 걸 새로 알았다.) 조각잠이나마 자 두기 위해 아버지 침상 곁에 누워 눈을 감아 보았지만 커피 탓인지 피곤한 가운데서도 신경이 말똥말똥해지는 바람에 일어나야 했다. 뇌구조 일부가 살짝 살아 있는 좀비처럼 병원 여기저기를 어슬렁거렸다. 그러다 복도 한켠에 놓여 있는 책꽂이에 눈길이 닿았는데, 거기 꽂힌 책들이 대개 기독교 서적이라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기에 처음에는 건성이었다. 빛과 소금, 예수님이 좋아요 따위의 책을 눈으로 더듬다 영어로 표기된 잡지 한 권을 발견했다. 그 새벽, 내게 빛과 소금은 그거였다.

Unite Earth. 우리 말로 하면 '하나의 지구'쯤 될라나. (책을 펴들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건 BBC에선가 만들었던 다큐멘터리 <하나뿐인 지구>였다.) 머릿글자를 따 'UE'라고도 하고 이를 한자로 변용해 '有利(유이)'라고도 한다. (이하 UE)
UE가 무슨 잡지인지 설명하기는 쉽지 않지만 굳이 그러고 싶지도 않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 책의 성격을 규정해 버리고 끝내는 대중으로부터의 소외까지도 불러올 수도 있는 일종의 '범주 분류'를 피하기 위함이다. 다만, UE는 공존共存을 모색하는 잡지라는 점만 언급해 둔다. 이것만으로도, 좋지 아니한가?

내가 병원 책꽂이에서 뽑은 건 2009년 11월호(통권 21호)였다. 흥미로운 기사가 잔뜩 실려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UE는 어느 거든 다 흥미롭고 유익한 기사들로 가득하다.) 그 중에서도 특집기사 '지구와 인류가 공존하기 위해 꼭 해야 할 7가지 일들' 가운데 '3단계:소식少食/素食하기'가 가장 눈에 띄었다. 인간의 가장 큰 죄악 중 하나는 '많이 먹는 것' 그리고 '고기를 먹는 것'이라는 내 평소의 지론과 일맥 통하는 글이다. 소식少食은 과식過食에 대한 말이고 소식素食은 육식肉食에 대한 말이다. 여기서 구체적인 논증을 통해 그게 왜 그런지 설명하지는 않겠지만, 생각들 해 보라, 인간의 과식과 육식은 만악의 근원이다. 다음과 같은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인용해 두는 것으로 대신한다.

'소고기 200g을 얻기 위해서는 소에게 22인분의 곡물을 먹여야 합니다. 내가 먹는 고기 200g은 곡물 22인분과 동일하다는 것을 염두에 두십시오.'

기사의 내용이 공존의 측면에서 중요한 사실이라면, '육식이 인간을 포악하게 만든다'는 중국 아나키스트 스푸(師復)의 말은 인간이라는 개체의 지속적인 삶을 위해 음미해 봐야 할 중요한 사실이다. 채식주의자였던 스푸는 일제가 그를 고문하기 위해 매끼니 넣어 준 고기를 입에 대지도 않고 견디다 끝내 굶어죽었는데, 그가 한 말은 결코 은유가 아니었고 애니미즘의 발로도 아니었다. 인간의 몸 안에 이질적인 동물성 단백질이 섞여들면, 그게 장시간에 걸쳐 누적되면 뭔가 께름칙하게 변화할 것 같지 않나? 나는 늘 그런 생각이 든다. (논리적으로 오류가 있는 문장들이 나열되어 있음을 알지만, 냅둔다.)
그리고 여기 들러 한 번 훑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상상 밖의 뉴욕-친환경 마을과 장애인 공동체를 가다'라는 기사가 좋았던 건 요즘 내 화두가 '공동체'라는 데서 비롯되었다. 아주 거대한 개념으로서가 아니라 소박한 차원에서 공동체를 진지하게 생각 중이다. 이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다시 한 번 장황하게 하기로 하고.

한 달에 만 원이면 UE의 주주가 될 수 있다. 먼저 UE 홈페이지에 가서 자기 성향/취향/지향과 맞는지 확인해 보고. 안 맞는다 싶으면 어거지로 끼워맞춰봄 직도 하다. 절대 그럴 만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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