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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규 지음
한겨레출판사(2003)  

지나가던 소가 들으면 웃다가 틀니 빠트릴 소리지만, 내가 문학상 당선작을 즐겨 보지 않는 까닭은, 그런 게 있다면, 당선작들이 갖는 틀에 함몰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공포 때문이다. 물론, 그런 틀에 함몰이라도 될 수 있기 위해서는 웬만한 글에는 흔들리지 않는 자기만의 틀을 축조해 둘 수준은 되어야 하므로 나하고는 애당초 관계 없는 공포일 테지만, 문학을 천형으로 짊어지고 살아가는 이들에게는 그게 똑 그렇지만은 않다. 예술 한다는 족속들이 다 그렇기는 해도 특히 문학 족속은 마음이며 몸뚱아리가 그야말로 '쫀심' 그 자체라 나처럼 수준 미달의 인간도 수준 미달의 틀이나마 갖고 사는 법이라. 거참, 우끼는 일.  

그럼에도 이 책을 사게 된 건 순전히 그 서점에 살 만한 책이 없어서였다. 아버지를 고향에 모셔다 드리고 되돌아오는 열차표를 끊은 후 잠깐 들른 서점에서였다. 이문구의 <우리 동네>를 먼저 빼들고 한 권 더 살 요량으로 훑어보는데 암만 봐도 삘 꽂히는 게 없었다. 열차 도착시각은 다가오고, 작가가 들으면 서운해 할 일이겠지만 하는 수 없이 이 책을 뽑아냈다. 후다닥 계산을 하고 헐레벌떡 열차에 올라 자리 잡고 앉은 다음 먼저 펼쳐 든 게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총평은 '재밌다'다. 나는 뭐든, 소설이든 영화든 심지어 사람조차도 '재미'를 기준으로 그것의 주관적 가치를 가늠하는 편인데, '재밌다'는 '훌륭하다' 내지는 '멋지다'와 이음동의이므로 <삼미~>는 훌륭하거나 멋진 소설이다. 열차 도착시각에 쫓긴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안 그랬으면 이 책을 뽑아 후다닥 계산하고 헐레벌떡 열차에 올라 펴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그랬으면 이 글 대신 여기에 <우리 동네>가 올라왔을 테니.
발랄한 문장과 경쾌한 상상력 혹은 경쾌한 문체와 발랄한 상상력. 다만, 발랄하거나 경쾌한 상상력은 소설 전체를 통해 아낌없는 찬사를 쏟아내게 만들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하거나 발랄하기만 한 문장들은 이 소설이 갖는 문학적 메시지에서 때때로 독자를 미끌어트리지 않나 싶다.  

하나 더. 스토리 라인을 따라가다 덜컹대는 부분. '조성훈'을 일본으로 쫓아낸 방식을 너무 쉽게 장치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재산에 관련된 부모와 친척들의 불화, 부모의 죽음, 그리고 도피, 그 연장선상에서 '사카에'와의 우연한 만남. 사카에와의 만남은 그렇다 쳐도, 조성훈이 제 나름의 철학을 위해 자의적으로 이 땅을 떠난 것으로 하는 편이 그의 아우라에 걸맞는 설정이 아닐까.  

<삼미~>는 제8회 '한겨레 문학상' 수상작이다. 알고 보니 작가는 이미 문학동네 신인작가상을 그야말로 거.머.쥔 이력의 소유자. 그것도 다 제 복이려니 여겨야겠지만 그래도 이거야 원, 문학판에 빈부 격차가 이리 심해서야 쓰나. 논 없는 사촌들 신경도 좀 써 줬으면 좋겠다, 는 못난 말은 안 한 걸로 치고.  

읽는 내내 '박상'이라는 작가의 얼굴이 떠오르다 사라지곤 했다. <짝짝이 구두와 고양이와 하드락>이라는 작품으로 2006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작가인데 개인적으로 아는 그의 문체, 그의 상상력이 꼭 이랬거든, 싶어서였다. 게다가 야구라니. 습작기에 야구를 모티브로 단편을 쓴 적 있는 엘지 광팬 박상이 <삼미~>를 보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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